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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대서사의 시작 진주곡자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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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조회 1,686회
작성일 22-04-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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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열전]

막걸리 양조장을 취재하는 동안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단연 ‘누룩’이다. 누룩은 쌀과 물 이외에 기본 막걸리를 만드는 데 유일하게 들어가는 재료이고 한국 전통주 발효의 원천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 진주곡자공업은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한국 최대 누룩 생산소로, 전국의 수많은 양조장과 함께 전통주의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이진형 대표는 한국 전통주의 과거와 현재를 넘어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비치는 한편 진주곡자공업의 누룩을 사용하는 양조장에도 감사를 전했다. 막걸리의 시작이자 이번 기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진주곡자공업 이야기다.
 

진주곡자공업에는 30여 개의 누룩방이 있다.

진주곡자공업은 1974년 한국곡자 진주영업소가 문을 닫으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한국곡자 당시에는 이진형 대표의 외조부가 운영했고 이후 이 대표의 아버지가 진주곡자로 이름을 바꿔 가업을 이었다. 이진형 대표가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뛰어놀며 자라서인지 곳곳에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다.

“제가 두 살 때부터 외할아버지를 이어 아버지가 이곳 일을 도맡아 하셨어요. 지금 직원들이 쓰는 휴식 공간이 예전엔 우리 살림집이었고요. 저건 제가 놀던 농구대 자국이에요.” 그는 어릴 때부터 형제들에게 크면 자신이 곡자를 이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자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때는 누룩이 아닌 다른 것에 흥미를 가졌었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회사에 오래 다녔어요. 그런데 시대가 점점 변하면서 아버지가 곡자 운영을 버거워하신다는 것을 알았죠. 정부 관련 부처에서 업무 환경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고 모든 서류가 시스템화되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결국 이 대표는 2002년께 곡자에 들어와 변화의 바람을 도모했다. 아버지가 이룩하고자 했던 자동화를 현실화해 연탄 보일러 대신 자동 온도 조절 장치를 갖췄고 안전과 위생, 제품 균일화에 열을 올렸다.
 

진주곡자공업에서는 매년 70여 톤의 누룩을 생산한다.

균일한 누룩을 만드는 일

현재 진주곡자공업에는 수입 밀, 우리 밀, 앉은뱅이밀로 만든 세 종류의 누룩이 30여 개의 누룩방에서 균일한 시스템을 거쳐 연간 70여 톤의 누룩으로 제조되고 있다. 이 대표는 누룩방을 열어 보이며 누룩 생성과 관리 등 40일 이상 걸리는 누룩 제조 과정을 하나하나 일러줬다.

“국실(누룩방) 안 누룩을 말리는 나무 선반은 오래전부터 쓰던 것들을 잘라 붙였어요. 곰팡이균이 잘 자라는 나무여서 이것만큼은 옛것을 그대로 써야 했죠. 누룩이 완성되면 국실 전체를 청소해요. 며칠간 바짝 말려 살균하고요. 그래야 또 좋은 누룩이 나올 수 있어요.”
 

발효를 마친 누룩은 잡내가 없고 뽀얗다.

진주곡자공업이 추구하는 좋은 누룩은 뽀얀 색을 띠고 잡내가 없으며 그냥 먹어도 고소한 누룩이다. 이 대표는 누룩 하나를 반으로 갈라 맛을 보더니 내게도 권했다. 냄새가 없고 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누룩 제조 공정에 이만한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그가 기울였을 엄청난 노력이 엿보였지만 그는 자신은 그저 선대의 발자취를 따라왔을 뿐이라고 겸양의 태도를 보였다.

스마트 팩토리와 제품의 다양화

이 대표는 20여 년 전 곡자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올해는 다시 한 번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말을 이었다.

“지금보다 더 똑똑한 시스템이 요구되는 사회예요. 그래서 곡자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또한 양조장과 일반 소비자로 나눠 제품 라인을 이원화하고 신제품 프리미엄 누룩을 개발할 계획이에요. 많은 양조장에서 열심히 술을 빚듯이 여기에서도 열심히 누룩을 빚어야죠. 그래야 우리 전통주가 살아날 테니까요.”
 

이진형 진주곡자공업 대표가 옛 모습 그대로인 연구소 한편에서 포즈를 취했다.

야심 찬 그의 말이 결코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대표에게 전국의 양조장을 취재하는 동안 진주곡자공업에 전해 달라던 양조장 사장님들의 감사 인사를 대신 전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그러고는 많은 양조장에 진심으로 화답했다.

“제가 감사하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여기 일도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이렇게 감사 인사를 받으니 숱한 일들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괜스레 눈물이 나네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우리 누룩을 써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성의껏 일하겠습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59670?sid=101&lfrom=facebook